오늘은 필리핀 마닐라의 대표적인 역사 여행지인 인트라무로스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벌써 3~4번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길을 헤매고, 주차 때문에 당황하고,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처음 인트라무로스에 가면 생각보다 많이 헷갈린다. 나도 처음에는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인트라무로스인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는 스페인어로 ‘성벽 안쪽’이라는 의미로, 스페인 식민지 시기 마닐라의 정치·군사·종교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현재도 성벽 안에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 산 아구스틴 성당 등 여러 역사적 장소가 남아 있다.

1. 인트라무로스는 어디부터 보면 될까? 산티아고 요새부터 추천!
처음 간다면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부터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티아고 요새는 1590년대 스페인 식민지 시기 마닐라 방어를 위한 주요 요새로 건설됐다. 내가 생각했던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지 유적지’ 느낌을 가장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요새 안에는 성벽과 정원, 파시그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호세 리살이 처형되기 전 수감됐던 장소도 남아 있다. 산티아고 요새를 나온 뒤 마닐라 대성당과 산 아구스틴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면 카페와 식당, 박물관 등이 있는 인트라무로스 거리를 함께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차를 가져간다면 주차는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예전에 인트라무로스 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손짓하며 주차하라고 해서 돈을 냈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서 차를 빼라고 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공식 주차가 가능한 장소인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2. 호세 리살을 알고 가면 인트라무로스가 훨씬 재미있다
인트라무로스를 방문한다면 바로 옆 리살공원(Rizal Park)도 함께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게 되는 이름이 바로 호세 리살이다. 1861년에 태어난 호세 리살은 의사이자 작가였고, 스페인 식민통치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던 필리핀 민족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나도 필리핀에 살면서 리살에 관심이 생겨 그의 소설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까지 읽어봤다. 책을 읽고 나니 마닐라를 바라보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

리살은 무장투쟁보다는 글과 교육, 사회개혁을 통해 필리핀의 현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결국 스페인 식민정부에 체포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수감되었던 곳이 바로 인트라무로스의 산티아고 요새다. 여기서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점이 있다. 리살이 산티아고 요새에서 처형된 것은 아니다. 1896년 12월 산티아고 요새에 수감됐다가 바굼바얀(Bagumbayan), 현재의 리살공원 일대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리살공원에는 그의 처형 장면과 관련된 기념물도 있어, 산티아고 요새를 먼저 보고 리살공원까지 이어서 가면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더 쉬웠다.

나는 『나를 만지지 마라』를 읽은 뒤 소설 속 마닐라 분위기가 궁금해서 비논도 차이나타운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엄청난 교통체증과 운전난을 겪으며... 상처만 남은 비논도였지만, 그래도 책에서만 보던 필리핀의 역사와 실제 마닐라의 공간이 연결되는 경험은 꽤 재미있었다.
3. 직접 여러 번 가보고 추천하는 인트라무로스 즐길거리
인트라무로스는 역사유적지만 보고 바로 나오는 것보다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먼저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 깔레사(Calesa)다. 말이 끄는 전통 마차인데 지나가다 보면 기사님들이 정말 열심히 호객한다. 가격 흥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 정도 경험해볼 만했다. 다만 탑승하기 전에는 총금액인지 1인당 금액인지, 이용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는 Casa Manila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상류층의 생활공간을 재현해놓은 박물관이라 인트라무로스의 건축과 당시 생활상을 함께 보기 좋다. 인트라무로스 공식 관광코스에도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 산 아구스틴과 함께 주요 방문지로 포함돼 있다. 자전거를 좋아한다면 Bambike Ecotours를 이용해 인트라무로스를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마닐라 대성당과 산 아구스틴 성당도 함께 볼 만하다. 특히 산 아구스틴 성당 내부는 마닐라 도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기억에 많이 남았다. 현재도 두 성당은 일반 방문객에게 공개되는 인트라무로스의 대표적인 종교 유적이다.


다만 인트라무로스를 여러 번 돌아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더위였다 ㅠㅠㅠ 야외에서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고 모든 장소에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한 이른 오전에 방문해서 산티아고 요새 → 마닐라 대성당 → 산 아구스틴 성당 → Casa Manila 순으로 돌아본 뒤 점심을 먹는 코스를 추천한다.
마닐라를 처음 여행한다면 화려한 쇼핑몰이나 리조트만 보는 것보다 인트라무로스를 한번 걸어보는 것도 좋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번 방문했는데도 갈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곳이 있었다. 물론 길을 잃고, 주차 때문에 당황하고, 더워서 지친 기억도 있지만, 그래도 마닐라라는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곳이라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다.